거룩한 셋팅

무슨 일이든지 기본적인 틀이 잡혀야 순탄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죠..... 미국의 루터교회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예배 의식문 책자를 보면 정규 예배를 드리는 예배 의식문이 세가지 정도 있습니다. 문장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배를 드리다가 다른 문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겠죠. 그런데 그 세가지 예배 의식문에 보조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요..... Setting 1, Setting 2, Setting 3 라는 보조 타이틀이 그것입니다. 셋팅이라는 말은 우리도 흔히 사용하는 용어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틀을 잡는다는 뜻입니다. 

살렘 수도회의 예배 의식문은 셋팅이 두개인 셈입니다. 성만찬 의식이 있는 경우와 성만찬 의식이 없는 경우..... 이렇게 예배 의식 순서의 차이에 따른 셋팅이 있을 수 있고요.... 예배 드리는 장소나 좌석의 배치 등등도 셋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셋팅이 탄탄하게 잡히고 예배 의식문을 읽고 진행할 때의 안정성도 견고해야 예배 의식 속에서 주님과 만나고 친교하고 은혜를 누리는 일이 자연스럽고 순탄하게 진행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셋팅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면 잡음이 생기고 주님과의 대화와 친교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님과의 결합과 친교에 깊이 몰두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주님과의 결합과 친교에 집중하고 깊이 침잠하는 은혜의 예배를 누리려면 예배 의식의 각종 셋팅이 다양하게 실험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셋팅이 확인되면 그것을 튼튼하게 다지고 견고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탄탄한 만남의 시간과 장소가 확보되어야 주님과 마주 앉아서 대화도 하고, 친교도 나누고, 결합하고 일치하는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함께 예배 드리는 공동체를 예배의 신비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도자가 섬세한 생각을 가지고 예배 의식의 흐름과 진행을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조그만 동작이나 문장을 읽는 순간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런 흐름이 매끄러워야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이 주님과의 대화와 친교에 쉽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배를 인도하는 영적인 기술은 생각과 마음이 섬세하고 부드럽고 너그럽고 포용력이 커야만 자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마음과 생각이 거칠고 성급하면 절대로 이런 영적인 기술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성격이 과격한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과 생각과 성품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만 이런 영적인 기술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 성품의 과격함 때문에 예배 의식에 대해 과격한 파괴 행위를 했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았죠..... 그런 사람들을 과격파라고 부릅니다. 파격파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쓸데없는 파격주의적 예배 행위는 예배 의식의 빈곤함을 가져올 뿐입니다. 결국에는 많은 부흥사들 처럼 헛된 명예와 돈에 매달려 온 교회를 엎드러치고 더럽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살렘 수도회는 이런 행위를 가장 크게 경계할 것입니다. 마틴 루터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기를 깨끗이 씻으려고 목욕을 시켰으면 

욕조의 더러운 물만 버리면 되는 것이지 

왜 아기까지 그 더러운 물과 함께 버리느냐?"

이 말은 아마도 유럽의 속담 같은 것인 모양인데 마틴 루터가 교회의 예배와 전통에 대해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비난하는데 사용한 것입니다.

살렘 수도회는 아무것도 없는 바탕 위에서 과거의 신앙과 전통 속에서 다시 건져내야 할 것들을 건져내고 거기에 다시 말씀의 은혜와 아름다운 헌신의 꽃씨들을 심어서 풍요로운 예배를 가꾸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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